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 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다. 투표권을 가지게 된 이후로 몇 번의 표를 던졌었지만, 노무현 후보에게는 던진 표만큼은 정말이지 꼭 적중하리라는 믿음을 가졌었고, 사실 그 출발은 1988년 즈음의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유독 논리정연했던 한 국회의원에게 마음을 이미 빼앗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.

대한민국을 품기에는 너무 크고 앞서 나갔던 대통령. 그가 만일 좀 더 나은 선진국의 대통령이었다면 세계의 이목을 훨씬 더 많이 끌었을 것이고, 그가 관심을 가졌던 "인권"과 "민주"를 실현하는 데 훨씬 용이했을 것이리라.

대통령 임기 내내 썩은 내 나는 언론에 지쳤을 것이고, 온갖 재계의 더러운 질시와 무시를 감당하며 임기를 마쳐야 했던, 정말 불운한 대통령. 과거 군사독재의 잔재들과 해방 후 60여년이 지나도록 청산되지 않은 친일세력이 썩은 언론을 등에 업고 그를 공격할 때 얼마나 외로웠을까.

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대통령. 어디서 불쑥 만나더라도 툭 터 놓고 고민을 나누고 들어줄 것만 같던 따뜻한 동네아저씨.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던, 정말 강한 대통령. (정권 인수도 하기 전인 당선자 자격으로 미국에 달려 가 알랑 방구를 뀌어 대려던 누구와는 사뭇 비교가 되지요)

노무현 前대통령님~!
당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, 전 이곳에서 희망을 버렸습니다. 우리가 더 나아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렸고, 이제 아무도 정의를 지키기 위해 큰소리로 불의에 대항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압니다. 노예로 살기를 즐기는 국민에게는 그에 걸맞는 정권이 들어서게 마련입니다. 자립할 수 없는, 끝없는 착취와 기득권의 노예로 살면서도 그들에게 유리한 정당의 사탕발림에 놀아나서 또 표를 던지고 마는 우매한 국민들이 들끓는 이곳은 이제 희망이 없는 나라입니다.

한국은 당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부터 당신을 버렸습니다. 그토록 옳은 길과 약자를 위한 정의를 주장했던 당신을 비겁하고 무참하게도 짓밟았습니다.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. 한 편으로는 잘 하신 일입니다. 눈 감고 귀 막은 국민들에게 쇠 귀에 경 읽으며 고생하시는 것 보다는 당신께서 눈 감는 쪽을 택하신 것은 정말 잘 하신 일입니다.

이제 당신 같은 분이 또 한 번 나올 수 있을까요? 한국과 같은 토양에서 말이죠. 대한민국이 종말을 고할 때까지 그럴 일은 없겠지요.

당신은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했던, 앞으로도 사랑할 유일한 대통령이십니다.

가시는 길 편히 가시옵소서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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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hojai 2009.06.10 11:08 신고  comment id  write comment 수정/삭제

    그러게. 가슴이 짠하네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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